영화 및 드라마 / / 2022. 12. 28. 00:39

비 내리는 정원이 그리워지는 <언어의 정원>

애니메이션 계의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신카이 마코토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및 소설가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이후 가장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가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감독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졸업 후 팔콘 사에 입사하여 게임 개발 부서를 희망했으나 패키지 디자인 업무를 맡게 되었다. 주로 그림 선정, 캐치프레이즈 제작 등의 일을 담당하였는데, 점포용 데모를 제작하면서 오프닝 제작에도 참여한다. 그의 퇴사 이후 제작된 팔콘 게임의 오프닝 동영상의 퀄리티는 현재까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팔콘에 있으면서도 그는 퇴근 후 새벽까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3시간만 자고 출근했다고 한다. 팔곤 퇴사 후 본격적으로 게임 오프닝 영상 제작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한다.

애니메이션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별의 목소리가 수상하고부 터다. 이전에도 다른 작품으로도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치고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애니메이션 부문을 차지하였다.

롱테이크 기법을 주로 사용하며 3D 배경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시점만 변화시키는 연출도 자주 사용한다. 게다가 2D 애니메이션에 3D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 간의 간극을 없애 2D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작화 수가 많고, 풍부한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보다 정지컷과 강렬한 시각효과를 중심으로 연출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화려한 배경에 비해 캐릭터 작화의 퀄리티가 비교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데, <너의 이름은>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이전과 다른 스타일의 작화가를 영입하며 비판을 잠재웠다.

신카이 마코토는 화려한 묘사를 통해 '사실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리는 감독'이나 '무작위로 한 장면을 꼽아도 일러스트인 감독' 등의 평가를 듣는다. 특히나 빛을 활용하는 방법이 뛰어나 빛의 마술사란 별명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영상미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는 평을 듣는다.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하는 그 사람

비가 내리는 6월의 어느 날, 등교 중이던 타카오는 지하철 환승을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 비를 좋아해 비가 오는 날이면 종종 환승하지 않고 걸어간다. 타카오는 학교로 곧장 향하지 않고 도쿄 도심에 자리한 정원으로 들어간다. 정자에 도착하니 이미 선객이 있다. 구두에 관심이 많은 타카오는 노트에 스케치를 하면서 그녀를 살펴본다. 아침부터 정장 차림으로 초콜릿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 모습에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딘지 익숙하여 혹시 만난 적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그러다 잠시 후 교복을 살펴보던 그녀는 봤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하며 만요슈의 단가를 읊으며 떠난다. 그녀는 타카오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선생님인 유키노지만 타카오는 알지 못한다.

집에 돌아와 형과 저녁을 먹는 중에 형의 독립 소식을 듣는다. 여자친구와 동거하기 위해 새로운 집을 계약했다는 것이다. 미리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는 남자친구와 살겠다고 가출한 상태다. 철없는 엄마와 나이 차이 나는 형 때문인지 타카오는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럽다.

또다시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타카오는 그 정자로 향한다. 이번에도 지난번의 그녀와 다시 만난다. 유키노는 여전히 맥주를 마시며 사색을 즐기고 있고, 타카오는 몰래 그런 그녀의 발을 스케치한다. 그러던 도중 유키노가 타카오에게 학교는 쉬는 날이냐고 물어보고 타카오 또한 직장은 안 가냐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서로 조금씩 말문을 열어간다. 이번엔 타카오가 먼저 일어나게 되는데 이제 와서 학교에 가냐고 물어보자, 타카오는 수업에 빠지는 건 비 오는 날 오전으로 정했다고 답한다. 그날은 장마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후 비 오는 날마다 둘은 정자에서 계속 만나며 가까워진다. 유키노는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타카오와 함께 할 때는 웃을 수 있다. 타카오가 도시락을 싸와 유키노에게도 주는데, 평소 미각장애로 인해 알코올과 초콜릿밖에 맛을 느끼지 못하던 유키노는 그의 도시락을 먹을 때는 맛을 느끼게 된다.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구두 제작에 관심이 있고 구두 장인이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유키노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그녀에겐 어린아이 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다. 사실 유키노도 점점 타카오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솔직해질 수 없다. 헤어진 연인이자 동료 교사에게도 공원에서 누군가의 도시락을 얻어먹었다는 얘기는 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할머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유키노는 학교에서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남자친구도 유키노의 편에서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유키노는 결국 학교에 출근하지 못할 정도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렇기에 유키노는 더더욱 타카오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

7월, 유키노는 계속 도시락을 얻어먹은 답례로 수제 구두 제작에 관한 책을 선물한다. 책을 받은 타카노는 수제 구두를 제작하고 싶다며 유키노의 발 치수를 잰다. 타카노는 유키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감정이 더욱 깊어져가는 것을 깨닫는다. 이날 이후, 장마는 끝이 나고 맑은 날이 계속된다. 타카노가 수업에 빠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혼자 공원에서 타카오를 그리워한다.

방학이 시작된 8월, 타카오는 전문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냈다. 유키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런 마음만으로는 그녀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을 알기에 그녀를 위한 구두 제작에 힘쓴다. 반면, 유키노는 일기예보만 보며 혼자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9월, 타카오의 고등학교가 개학한다. 유키노는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학교에 출근하고, 타카오와 유키노는 복도에서 마주치게 된다. 유키노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타카오는 친구들을 통해 유키노에 대해 듣게 된다. 떠나는 그녀를 보던 타카오는 그녀를 괴롭혔던 학생을 찾아가 뺨을 때리지만 주변의 다른 학생에 의해 얻어맞는다.

비가 내리길 바랐지만 하늘은 맑다. 그럼에도 타카오는 정원을 찾아가고 연못 앞에 있는 유키노와 만난다. 유키노를 처음 만난 날, 그녀가 읊었던 만요슈의 단가에 대한 답가를 읊어준다. 이후 소나기가 찾아오고, 홀딱 젖은 두 사람은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유키노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둘은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식사가 끝난 후, 타카오는 유키노에게 고백하지만 유키노는 그동안 고마웠다며 타카오를 밀어낸다. 실망한 타카오는 떠나고 혼자 남은 유키노는 그동안 타카오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뒤를 쫓는다. 이후 두 사람은 속에 있던 말을 모두 뱉어내며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다. 하지만 유키노는 이미 고향으로 떠나기로 결정되어 있었고, 타카오도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둘은 만나지 못한다. 겨울이 시작되고, 타카오는 유키노의 편지를 읽으며 그녀를 위해 만든 구두를 정자에 내려놓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소설 속 결말

신카이 마코토는 영화 각본 외에도 소설도 집필했는데, 46분의 짧은 영화와 달리 소설은 300페이지가 넘는다. 영화에 비해 소설이 주인공들의 감정이 세세하게 드러나거나 조연의 이야기가 첨가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이후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유키노와 타카오의 이별 이후 해가 지나고 눈이 오는 날,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다. 타카오는 엄마에게 유키노를 위한 구두를 보여준다. 엄마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줄 구두인 것을 눈치채고 어떤 여자냐고 물어보지만 타카오는 회피한다. 엄마는 타카오의 거짓말을 알아본다. 타카오는 엄마에게 구두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고 엄마는 칭찬과 함께 개선점을 이야기해 준다.

타카오는 본격적으로 구두 제작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알아보고, 비관적인 담임에게 자신의 뜻을 명확히 이야기한다. 결국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피렌체의 예술대학에 들어간다.

유키노가 도쿄를 떠난 이후, 둘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편지를 주고받던 둘은 이메일을 교환하여 이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계속 연결고리를 이어나간다. 타카오가 일본으로 귀국하기로 했을 때, 유키노 또한 도쿄에 볼 일이 있다고 답하고 둘은 5년 만에 도쿄의 정원에서 재회한다. 그곳에서 타카오가 직접 만든 구두를 전해주는 것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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